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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낙선재 한글소설 장서각으로 돌아오다
등록일 : 2022-05-17
조회수 : 716 등록자 : 운영자
지난 5월 12일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에서 제3회 한국학저술상 시상식이 열렸다. 학술 업적과 학계에 끼친 영향을 엄격하게 심사한 결과 수상자는 『향가해독법연구』를 출간한 김완진 교수를 선정했다. 이 자리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사건이 있었다.


〈제3회 한국학저술상 시상식(김완진 교수(좌), 안병우 원장(우)〉

김완진 교수는 시상식 말미에 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빙빙전(聘聘傳)』 1책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기증했다. 그리고 기증 소회를 밝히자 감동적인 순간이 만들어졌다. 김완진 교수가 기증한 『빙빙전』은 그동안 학계에 내용만 알려지고 실물을 확인할 수 없었던 중요한 자료이다. 이 책은 중국 소설을 한글로 풀어 썼는데, 내용은 가문끼리 혼인을 약속한 남녀의 길고 긴 사랑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빙빙은 여자주인공의 이름이다. 전체 5책 중 첫 번째 책의 소재를 알 수 없었는데 이번에 그 책이 기증 되었다. 한글 고전소설 연구 권위자인 임치균(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빙빙전』의 서사구조는 우리 한글소설과 관련이 있어 일찍이 학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번에 기증한 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조선시대 한글소설을 향유했던 왕실과 사대부 여성의 고급 문화취향을 보여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기증한 책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으로 기증되는 과정에도 의미가 있다. 장서각은 조선시대 왕실도서를 소장하던 곳으로 자료 중에는 창덕궁 낙선재에 있던 한글소설도 포함하고 있다. 낙선재본 한글소설에서 왕실 여성의 고급 문화취향을 엿볼 수 있는데, 낙선재의 여성들이 이들 소설을 한글로 쓰고 읽었으며, 궁 밖의 부녀자들에게 빌려주어 함께 공유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이런 사연으로 조선말 혹은 일제강점기 어느 때인가 『빙빙전』 첫 번째 책이 대출되었다. 그 뒤 대한민국이 독립하고 문화재청이 엄격히 자료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결본으로 확인되면서 그간 출처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그사이 김완진 교수와 우연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김교수가 자료를 기증하며 밝힌 사연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뒤에 쌓여 있던 『국어국문학』지를 뒤적이다가 이명구 선생(성균관대)이 쓰신 고전 소설들의 해설을 들척이고 있었다. ‘빙빙전’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작품이 5권짜리인데 첫 권을 궐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예약했다는 듯이 나타나 ‘서쾌(서책행상인)’ 김씨가 내보인 것이 바로 그 ‘빙빙전’이었다.


〈장서각에 기증한 "빙빙전"〉

〈『빙빙전』기증으로 5책 완질이 된 모습 (우측 상단이 기증자료)〉

1972년 『향가해독법연구』를 저술하고 있던 김완진 교수에게 운명처럼 『빙빙전』이 찾아왔다. 이즈음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개원하고 한국학 연구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장서각 자료가 이관되었다. 그리고 자료 내용이 알려지며 학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첫 번째 책에 대한 궁금증은 남아 있었다. 그로부터 50년이 흘러 2022년 김완진 교수가 본디 책이 있었던 장서각에 『빙빙전』을 기증하면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책은 미려하고 일관한 글씨로 꼼꼼히 써 내려가고 있어 조선후기 왕실 한글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첫 번째 책이 돌아오면서 장서각은 『빙빙전』 완질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 못지않게 낙선재를 떠나 사가에 머물다 국어국문학자의 연구를 거쳐 제자리를 찾는 여정도 중요한 이야기이다. 장서각은 정밀 보존처리를 거쳐 완전한 자료를 학계와 일반에 공개하여 관련분야 연구에 크게 기여할 계획이다.

〈2022년 5월 17일 장서각 고문서연구실 실장 정수환 작성〉
첨부파일첨부파일 : 1.저술상 시상식.jpg 첨부파일첨부파일 : 2.빙빙전.jpg 첨부파일첨부파일 : 3.빙빙전기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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