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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1년 윤선거(尹宣擧) 간찰(簡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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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氣日凉 伏惟 柱笏餘味 不堪飄然 盖不必 待五臺 皆骨 而已爽襟韻耶 憧憧瞻想 此時正切 而奈此守 株之難動何 咄歎咄歎 就中伏達 碑刻印本 曾作簇子 久不善 藏 漸至弊壞 非長遠之圖也 故 欲作帖冊 以爲永久之看 玆封 以呈 伏望命奉澤 爲作帖冊 不大不小 粧作好樣以 惠之如何 此中兒輩皆拙 不能辦 此 故敢此奉禀耳 這中諸狀 俱依昨 前書已具 伏惟 下鑑 再拜上書  辛丑 閏月十一日 弟 宣擧 上書 旁刻未及印出 追上計也 帖冊末段 空帖預具以待 幸甚
번역문

1661년(현종2) 7월 11일에 윤선거가 비각(碑刻)의 인본(印本)을 첩책(帖冊)으로 만들어 영구히 보존하기를 청하는 내용의 편지

가을 기운 서늘한데 홀(笏)로 턱 괴고1) 지내시는 중에 훌훌 떠나시니, 굳이 오대산(五臺山)이나 개골산(皆骨山)이 아니더라도 이미 마음은 상쾌하시겠지요? 마음속 그리움은 이때가 절정인데 그루터기만 지키고2) 움직이기 어려운 저는 어찌합니까? 한탄스럽고 한탄스럽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아뢸 말씀은 비각(碑刻)의 인본(印本)을 예전에 족자로 만들었는데 오래도록 잘 보관하지 못하여 점점 해져 망가지게 되었으니 이는 영구히 보존하는 방도가 아닙니다. 그 때문에 첩책(帖冊)을 만들어 영구히 볼 수 있도록 하고자 이렇게 싸서 올립니다. 부디 봉택(奉澤)에게 명해 첩책을 만들되 크지도 작지도 않게 하여 예쁘게 꾸며 주면 어떻겠습니까? 이곳의 제 아이들은 모두 둔해서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히 이렇게 여쭐 뿐입니다. 이곳의 여러 상황이 다 예전과 같다는 것에 대해서는 지난번 편지에서 이미 다 말씀드렸습니다. 살펴주십시오. 재배하고 편지를 올립니다.

신축년(1661, 현종2) 윤월(閏月)3) 11일에 아우 선거는 편지를 올립니다.

방각(旁刻)한 것은 인출하지 못해 이후 추가로 올릴 계획입니다. 첩책의 끝에 공첩(空帖)을 미리 준비해서 기다리시면 심히 다행이겠습니다.
1)홀(笏)로 턱 괴고
세속 일에 얽매이지 않고 유유자적하는 풍도를 이른다. 진(晉) 나라 때 왕휘지(王徽之)는 성품이 본디 잗단 세속 일에 전혀 얽매임이 없었다. 그가 일찍이 환충(桓沖)의 기병 참군(騎兵參軍)으로 있을 적에 한번은 환충이 말하기를 “경(卿)이 부(府)에 있은 지 오래되었으니, 요즘에는 의당 사무를 잘 알아서 처리하겠지.”라고 하였으나, 왕휘지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쳐들고 홀(笏)로 턱을 괴고는 엉뚱하게 “서산에 아침이 되니 상쾌한 기운 있구나.”라고 한 고사가 있다. 『晉書』 卷80 王徽之傳
2)그루터기만 지키고
융통성 없이 어리석고 고지식하다는 말이다.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을 적에 토끼 한 마리가 달아나다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서 목이 부러져 죽자, 이때부터 일손을 놓고는 그 그루터기만 지켜보며 토끼가 다시 오기를 기다렸으나 토끼는 끝내 다시 오지 않았다는 수주대토(守株待兔)의 고사가 『한비자(韓非子)』 「오두(五蠹)」에 나온다.
3)윤월(閏月)
1661년의 윤월은 7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