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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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청정 편액
탁청정 현판은 당대 명필 한석봉(韓石峰)의 솜씨다. 이 현판은 그 획과 점들이 듬직한 가운데 글자 하나하나가 생동하는 느낌을 준다. 외내에는 이 현판을 쓸 때의 설화가 전한다. 탁청정의 현판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자 한석봉은 지체 없이 하경하여 탁청정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탁청정 현판감을 벽상에 걸어놓으라고 요구했다. 워낙 자신에 찬 글씨 솜씨라 벽상에 걸어놓은 판자에 탁청정(濯淸亭) 석자를 쓰고자 한 것이다. 그는 붓에 먹을 듬뿍 무친 다음 사닥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것을 아니꼽게 본 문중의 어른 한 사람이 발길로 사닥다리를 걷어찼다. 여느 사람 같으면 그는 마구 바닥에 굴러 떨어져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때 명필 한석봉은 마침 탁(濯)자 둘째 점을 찍는 찰나였다. 그리고 그 점을 찍은 붓이 판상에 박혀 한석봉은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탁(濯)자 둘째 점을 보면 특히 굵고 힘있게 되어 있다. 이것은 당시 한석봉이 힘을 거기에 싣고 몸을 매단 자취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실제 일어나 일이 아니었으며 명필 설화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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